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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 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ㅎ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화님,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척 궁금하였습니다. 수연님과 참새미님들께서도 잘 계시는지요? 그대와 벗님들의 다정하고 즐거운 대화가 없기에 혹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걱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희 물빛의 정겨운 속삭임에 연화님을 찾는다는 광고(?)라도 내볼까 생각하였답니다.
이 밤,지금은 새벽 3시 40여분...연화님은 주무시겠지요? 그대의 글을 읽으며 왠지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들기에 서정주님의 시를 읽어보았습니다. 그대 이름에 어울리는 시,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백련이 많은 인취사 혜민스님의 방에서 본 그 시는 또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한 편의 시도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있는 곳에 따라 다 다르니 그야말로 천의 빛깔로 다가오는 그 느낌을 어찌 말로 다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시에 매달려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연화님,기르시는 황금 소심란도 인취사 백련 못지 않게 고고하고 아름다우리라 여깁니다. 그 빛깔,향기,자태...눈에 잡힐 듯 합니다. 인취사에 단 한 송이 피어있던 황련도 떠오릅니다. 그 숨막히게 하던 황련의 속내를 이 미천한 중생이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까. 황금 소심란을 저멀리 치워두는 그대 마음을 알 듯도 합니다.
그대의 글 중에서 삼채가락이 나오길래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것은 제가 알고 싶어했던 것으로 언젠가 연화님께 질문을 드린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저는 얼마전에야 그 뜻을 알게 되었답니다. 대구시립도서관에 가서 온통 다 뒤지고 헤매고 찾아낸 것은 간단하였습니다. 삼채...징을 세번 치는 것. 제가 원한 것은 더 많은 설명이었는데...
제게 세요고(장구)를 가르쳐주신 분은 실기에는 뛰어나셨으나 이론적으로는 전혀 설명을 못해주셔서 저는 삼채의 뜻이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었답니다. 무엇이 하나 궁금하면 그 유래까지 깊이 파고 들어가는 성격이라 온갖 책을 다 뒤졌었지요. 사물놀이시 장구가락에 징을 치는 수에 따라 삼채,오채,칠채 등이 있다는 것을 알고나자 속이 시원했습니다.
시나 세요고,소리공부를 하면서 제가 절실히 느낀 것은 예술에는 이론이 그다지 필요없다는 것이였습니다. 부단한 노력,연습,실습이 가장 중요하며 그러한 독공의 노력 속에서 언젠가는 나름대로의 이론이 정립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후훟...연화님을 오랫만에 뵈니 반갑고 좋아서 제 새벽넋두리가 길어졌습니다. 삼채가락으로 자신의 삶을 곱게 풀어내리는 연화님의 장구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늘 건강,건강하시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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