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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닭을 잡는 법(감각의 허실)
옛말에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고 해 직접 보고, 겪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내가 직접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말들을 한다. 그런데 정말 자기가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으면 그 실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강릉의 명기 홍장이 말했다는 '하늘에도 달, 바다에도 달, 경포호수에도 달, 술잔에도 달, 내 눈에 비친 그대 눈에도 달이 있다'는 말은 아름다운 시적 표현이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달과 달을 바라보는 감각기관인 눈의 가시성(可視性)의 허구를 보여주는 글이기도 하다.
우리의 감각기관이 병에 걸리지 않는 한 분명하고 정확할 것이라고 무심코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쥐란 놈이 저보다 몇 십배는 더 크고, 빨리 뛰며, 날기까지 하는 닭을 잡아먹을 수 있다면 믿겠는가? 과연 그것이 정말일까?
횃대에 앉은 닭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쥐가 꽁무니 뒤에 나타났다. 졸고 있는 닭의 꽁무니를 슬쩍 깨물고 잽싸게 달아나자 깜짝 놀란 닭이 눈을 뜨고 뒤를 돌아다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알고 다시 잠이 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또 나타난 쥐가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닭의 꽁무니를 물어뜯고 달아났다. 또 놀라 게슴츠레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다 다시 잠이 들어버리는 닭. 이렇게 쥐는 조금 전보다 조금만 더 세게 물어뜯었기 때문에 적의 침입(?)을 눈치채지 못한 닭이 깊은 잠 속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쥐는 마음대로 닭의 몸을 유린했고 꽁지를 흠뻑 물린 닭은 몸에서 많은 피를 흘려야 했으며, 결국은 잠을 자면서도 횃대 위에서 유지했던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졌으며, 쥐에게 목숨을 내주어야만 했다.
이렇게 감각기관은 지속적으로 비슷한 세기의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에 대한 미세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슷한 자극에 변별을 하지 못함으로써 졸게 되고 죽게 까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잘 듣고 있는 자장가를 살펴보면 귀의 감각을 공부할 수 있다. 슈베르트나 김대현의 자장가 등 유명한 자장가를 들어보면 어른들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듣기는 아름다운 곡이지만 그 음악을 들은 아기가 잠에 빠지기는 어려운 자극적인 선율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비해 우니 나라 구전 민요이며,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이 불렀던 자장가는 훨씬 더 포근하게 잠들 수 있는 데다 교훈까지 깃들여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장자장 자장자장 우리 아기 얼뚱아기
예쁜 아기는 개똥밭에 재우고
미운 아기는 비단이불에 재운다.
금자동아 은자동아 천기천엽 칠색동아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은을 준들 너를 사랴...."
왜 우리 자장가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포근하고 교훈적인 내용인데다가 비슷한 리듬과 멜로디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꽃을 처음 코에 대면 냄새가 진하지만 나중에는 중화되어 모르는 것처럼 우리의 감각기관은 이렇게 불확실하다. 그러면서도 우리 스스로가 이 감각기관에 의지해 살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이루는 것 또한 이 감각기관과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하는 것을 빼고는 없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아함경(阿含經)에서 '일체는 십이처(十二處)다'라고 하신 것이다.
십이처는 십이입처(十二入處)라고도 하는데 6내입처(六內入處)와 6외입처(六外入處)를 말한다. 6내입처는 내 안의 여섯 감각기관이라는 뜻이며 육근(六根)이라고도 하며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의 여섯이다. 6외입처는 내 밖의 여섯 감각대상이라는 뜻이며, 육경(六境)이라고도 하고 물질(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감촉(觸), 법(法)의 여섯이다. 이렇게 볼 때 감각기관과 감각대상 외에 다른 것은 없기 때문에 부처님은 아함경 업상응품 도경(度經)에서 말씀하시기를 '절대자나 운명이나 대충'이 중생을 건지는 것이 아니라 '감각기관과 대상의 모임인 12처'가 중생을 건진다고 하신 것이다. 다만, 제대로 건지려면 감각대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수련(修鍊)을 해야 한다.
법현 opentemp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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