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름꽃은 당연히 해바라기에게 돌리고 싶다.
담장을 따라 올라 줄을 삐쳐 올려두고 빼꼼이 얼굴 내민 분꽃.
얼굴 붉히며 남의 집 담장을 몰래 드려다 보는 분꽃,
<
바다를 사모하여 그 꽃잎마져 푸르게 푸르게 변한 분꽃,
이 나라 방방곡곡에 알게 모르게 그 씨앗을 퍼뜨려
있는 듯 없는 듯 꽃을 피워내는 분꽃도 있지만
그 환한 얼굴로 지구를 감싸주는 해바라기가 있기에
아름다움은 여름철로 무르 익는다.
>
만약 쌩때쥐베리가 어린왕자를 쓸 즈음
이 해바라기의 노오란 원색을 보았다면
또 다른 내용으로 역사에 남았으리라.
태양의 화가인 고흐도 해바라기를 즐겨 그렿고
정열적인 색상으로 덧칠해 두어 후에 명품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은 못하지만 여름이 되면 왠지 나도 해바라기를 좋아하게 된다.친근감까지 느끼면서..
해바라기는 중앙아메리카 원산이지만 그 아름다움으로
시베리아 벌판에서부터 대한민국 금수강산까지
없는곳이 없는 우리네 얼굴이다.
꽃말인 애모, 광휘를 떠나서라도
노랑은 사랑을 갈구하는 색상이다.
그런데 이 원색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sunflower은 국화과에 속하는 큰 꽃이다.
그러나 그만의 슬픈 이야기도 전설로 전해 온다.
호수 속에 사는 님프들에게는 한 가지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은 밤이면 물 위에 나올 수 있으나 동이 트면
그 전에 물속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두 님프는 너무도 재미나는 이야기에
날이 밝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물 위에서 놀고 있었다.
그때 동녘에서 장엄한 소리가 들리더니 해의 신 아폴로를 실은
수레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두 님프는 찬란함에 넋을 잃은 채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수레에 타고 있던 님프는 아폴로를 자기 혼자만 만나고 싶은
사모의 정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신에게 자기는 그렇지 않는 것처럼 하고
저쪽 님프가 아침이 되어서도 물 위에 그대로 있었노라고 말했다
노여움이 높아진 신은 법을 어긴 아폴로와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
그러나 아폴로는 이미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고,
님프는 새벽이 되어 동녘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폴로의 수레는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어느날, 기다리던 아폴로의 수레바퀴 소리가 들려왔으나,
님프는 눈물이 나도록 기뻐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폴로는 성난 얼굴을 지으며 본체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님프는 너무도 서러워 그대로 죽어 꽃으로 변했다.
이 꽃이 해바라기 였다. 그 님프의 사랑은 변함이 없어
아직도 사랑하는 해(아폴로)만 바라보면서 살고 있는........
나는 해바라기를 유득히 좋아한다.
여름이면 원추리꽃도 피고 참나리꽃도 그 자태를 뽐내지만
뭐니 뭐니해도 압권은 해바라기의 자태이다.
길다란 목을 빼들고 나 웃고 있는 모습이 예뻐!
그러면 그 얼굴이 얼마나 곱던지....
해바라기 같지만 무늬만 해바라기이다/무등산 아래서
해바라기에 대한 그 사모의 정을 노래한 대표적 시인은
이해인 수녀님이다.
해바라기 연가
- 이해인-
나의 생애가 한 번 뿐이 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이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 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노오란 잎들이 인상적이다. 그리움을 얼굴에 가득 담은채
또 다른 이지운님의 연가에도
새로운 맛이 난다.
- 이지운-
당신은 해
나는 땅에서 피는 당신 바라기
높은 하늘에
빛나는 해로 뜨시는
당신을 사모하여
낮은 땅에서
한 송이 투박한 꽃으로 피어난
나는 당신 바라기입니다.
내 얼굴이 당신을 향하는 것은
신이 내게 주신 유일한 숙명
나는 낮은 땅에서
한 송이 투박한 꽃으로 피어나
한평생 당신만을 사모하며 삽니다.
내 까만 씨앗은 밤마다
널찍한 잎으로 심어올린 그리움
당신을 보지 못하는 겨우내
언 땅 속에서
눈물이 되어 흐를 그리움입니다.
당신은 해
나는 땅에서 피는 당신 바라기
내게서 당신이
높이 있으나 멀이 있으나
나는 당신만을 사모합니다
예전에 닥터 지바고 던가 아뭏튼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였는데
열차에서 바라보는 끝없는 해바라기 물결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마 나는 그래서 해바라기를 좋아하는가 보다.
그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이 아름다운 해바라기를
사진에 담아 두고 싶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