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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전포고로구만요
그렇게 귀하고 귀한, 추억과 사연의 늪인 줄도 모르고 제가 어릴 때 입술 부릅트면서 가시내처럼 꽈리를 불던게 꼭 새끼돼지들이 어미 젓줄 곤고는 것만 같아 그렇게 표현해본 걸 가지고 뭘 그래 호방한 꽃, 그것도 시인이시라는 칸나가 발끈하시나요. 청학이란 사연 많던 이름도 버리고 착한 아이처럼 살랬던 허도의 심장에 벌겋게 달군 창을 쑤셔박는 것은 무엇인가요? 전쟁이 길어지면요, 병사만 지치는게 아니라 민초들도 지치고 마는겝니다. 그리고요, 너무 지치다보면요, 임금도 싫고 나라도 싫고, 여인도 싫고, 사랑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는 것이외다. 멀쩡한 허도가 중력장을 벗어나 우주을 유영하는 어느날, 그대와의 전쟁도 끝이 날 것이고 그걸 허도는 비누방울의 한계상황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당신이 부는 꽈리는 잘 터지지 않을 지 몰라도 허도가 부는 비누방울은 허도든 누구든 잘못건드리면 터지고 말거든요. 부풀었다는 흔적도 없이 우주에서 휙 사라지고 말거든요. 그래서요, 좀전까지 조심스럽게 불던 비누방울을 크게 불어 팍 터주고 말았습니다. -허도 드림-.
> 칸나 님이 쓰신 글입니다.
> 꽈리를 불고 싶다는 사실 내가 삼 십대에 어떤 사람에게 보낸 편지를 고쳐 쓴 것이었다 편지함을 디지다가 우연히 누렇게 바랜 노트를 발견하고 어릴때 집 마당에 빨갛게 달린 꽈리갸 그리워서 써 본 것인데 답변이 너무 유치찬란했다 그기에 돼지 새끼는 왜 나오며 또 칸나와 돼지새끼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은 무슨 심술인가 나는 여자 지만 남자 이상으로 호방해서 남자 시인들과 잘 어울리고 짖궂은 농담도 주고 받고 술도 잘 마신다 남자들은 나를 편안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여자들 끼리 어울리면 서로 남을 헐떳고 욕하고 가진것 자랑하고 좁쌀같은 자존심 키재기나 하고 그게 싫어서 나는 그 흔한 계하나 없다 남자들은 첨 만나면 나를 조금은 무서워하지만 워낙 내가 격의없는 성격이라 곧 친해졌다 나는 내숭도 떨 줄 모르고 있는 그대로 너무 솔직해서 사실 손해 볼 때가 많았다 그런데 휴가 갖다오니 달린 답변 둘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사나이들이 좀 더 멋진 답변을 달 수 없었나 꽈리에 대한 내 순수가 엉망으로 흙칠 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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