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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건강하고 행복하신지요? ^^
간만에 얼굴 내밀었더니, 이곳도 낼 벙개를 하는군요.
바야흐로 오프의 계절인가 봅니다. 여기저기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 천지군요. 봄 되어 얼굴 내미는 꽃처럼이나
이 또한 아름다운 인간의 심성이 아닌가 하옵니다.^^
한데... 저는 그 시간엔 빼도 박도 못 하는 시간인지라
애석하게도 참석을 못 하네요.
오즈님 비롯한 이곳 식구들 뵙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건만.. 흑흑...
아무쪼록 좋은 시간 되시구요,
제가 오늘 열받았던 일 좀 궁시렁대다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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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기 제 74 편 : 아주 불쾌한 신혼부부>
아흐레 전, 아래층에 신혼부부가 이사를 왔다.
그 전에는 홀아비라는 호칭이 적절한 아저씨 한 분이 살고 계셨었다.
칙칙한 홀아비 대신에 산뜻한 신혼부부가 들어온다 하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신혼이란 연대감 아래
맘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이웃이 생길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건 크나큰 나의 착오였다.
동네에서 작은 피씨방을 경영한다는 그 젊은 부부는
서로 얼굴 보고 인사도 나누기 전에 나의 기분을 팍 상하게 만들었다.
원인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쓰레기 처리 문제였다.
전에 사시던 분이 홀아비 신세라 워낙 집안 가꾸는 것엔
신경을 쓰시지 않고 살았을 터인데, 거기다 신혼집 살림을 꾸리려니
도배에 장판에 싱크대 교체에...
뭐, 우리가 이 집 들어올 때 하던 순서대로 전철을 착착 밟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와 판이하게 다른 점이 발견되었고 이 때문에
속이 확 뒤집어진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교체 후에 쓰레기 처리를 깔끔하게 했을 뿐더러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대문 앞에 지저분하게 내놓았던
쓰레기까지 말끔히 치워놓았다. 그 뿐이랴?
여러 가구가 사는 곳이니 서로서로 지킬 건 지키고 살자는 취지하에
박스 종이에 매직으로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 라고 큼지막하게 써놓고
대문 앞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솔선수범하여 엄청 신경을 썼더랬다.
(참고로, 우리가 사는 집은 여덟 가구가 사는 다세대 주택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 온 신혼부부는 우리랑 정반대였다.
도배고 장판이고 싱크대고 바꾸는 족족 헌 물건을 대문 앞에 늘어놓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집 이사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깔끔하게 치워져 있던 대문앞이
그 집에서 나온 지저분한 물건들이 멋대로 늘어진 바람에 지저분~~해졌는데
이 쓰레기가 도대체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사라질 생각을 안 하는 거다.
사실, 그 사람들이 치우지 않는 한 누가 치울 것인가?
뻔히 누가 버린지 아는 물건을 미쳤다고 내가 나서서 치울 수도 없고.
외려 그렇게 치워주는 것은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무단투기를 방조하는 죄 이상이 아니라고 본다.
자꾸 그렇게 치워주면 으례 그러려니 하게 되고,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불공평한 관계가 성립되고 만다.
내가 결혼하고서 여러 이웃들을 겪어보며 알게 된 삶의 진리다.(진리까지야~~^^;;)
그리하여 그 쓰레기들은 정확히 아흘째 방치되어 있다.
처음 며칠동안은 곧 치우겠지... 하고 넘어갔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허참 별일이네 싶어서 주인댁에 전화를 드렸다.
같은 세입자끼리 퉁박주기도 그렇고, 주인집에서 뭔 소리를 하셨을지도 몰라서.
통화해본 즉,
주인집 아줌마는 자기도 여러 번 말했는데 안 치운다며
좀 기다려 보라고 하셨다. 괜히 나서지 말고...
우리 주인집 아줌마, 이럴 땐 쓸데없이 천사표란 말씀이야.--;;
그래, 그럼 더 기다려 보자...
하고 오늘에 이르러서야 싱크대 큰 덩치만 동사무소에 신고를 했는지
그것만 쏙 없어지고, 지저분한 장판지며 깨진 부엌 수납장이며 등등등은
그대로 널부러져 있는 것이다.
와~~, 정말 날도 더운데 열이 확 받았다.
그래서 이대론 가만 못 있지 하곤
전에부터 잘 알고 지내던 아래층의 다른 집 아줌마를 조심스레 불렀다.
부르면서 슬쩍 옆집을 보니, 그 신혼집 안에는 새댁이라 짐작되는 사람이
뭘 하는지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겨우 발만 보였다. 지하라.
아줌마가 나오시길래 저 쓰레기가 뉘집에서 나온지 아시느냐고 물었다.
당근 새로 이사온 집 꺼란다.(혹시나 싶어서 알면서도 물어봤다)
그럼 어떻게 된 게 젊은 사람들이 아흘째가 되도록 치우지도 않냐며
아주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큰 소리로 흉을 봤다.
집안에 있으니 이 정도 소리면 들을 수 있겠지~~ 하고 계산을 하며.^^;;
대놓고 뭐라곤 못하겠고, 그래도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는 알려줘야겠고
해서 내나름으로 짜낸 묘책이었다.
사실 위아래 살면서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
누가 얼굴 붉히고 살고 싶겠는가?
더더군다나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로 사는 것을 딱 질색으로 여기는
내가 말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더이상 가만 두고보며 참을 수가 없었다.
자기 집 깨끗하게 꾸밀 줄은 아는 사람이
어떻게 여럿이 같이 쓰는 대문 앞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지~~
제대로 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그러곤 못 살껄?
무슨 사정이 있으면 메모를 써서 붙이든지 집집마다 인사를 하든지 해서
언제까지 치우겠으니 그동안까지만 참아달라고,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해야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
듣자 하니, 그 신혼부부는
신림동에 34평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어머니 되는 사람이 젊었을 땐 고생 좀 해봐야 한다며,
그 아파트는 다른 사람 세주고,
아들네는 지하 단칸방에 전세를 얻어줬다고 한다.
그 집 이사오던 날, 어머니란 사람이 주인 아줌마 보고 자랑스레 하는 말이
어찌나 크던지, 밖에서 나는 소리가 여간해선 잘 안 들리는 우리집에서도
아주 자알 들렸었다.
아니, 그렇게 자기 집 있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 생각 안 하고
살아도 된다는 고야, 모야? 경우가 없어도 너무 없는 사람들이다.
신랑이 아까 전화를 했길래 막 열내서 그 얘길 했더니
"어쩌겠냐? 좀 더 두고보자."
그런다.
참, 여기 쓸데 없이 천사표인 사람이 또 있네 그랴?
으~~, 정말 신랑 땜에 여기서 참는다!!!
할 일도 많아 바빠 죽겠는데... 그만 해야지....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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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할수록 기분 나쁘고, 신경질 나고, 화딱지 나서
바쁜 와중에도 신혼일기 쓰며 분을 삭이고 있습니다요.
여러분들은 어디 이사 가서 절대 그러고 살지 마세요.
저한테처럼 같이 사는 분들한테 욕 신나게 먹습니다.
2001.4.18. 새로 이산 온 신혼부부땜에 열받아 씩씩대는 말그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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