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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 가운데(퍼온글)
내게 있어서 사랑은 언제나 기다림과 연결되어 있었어.
편지를 기다리고, 기차를 기다리고, 그의 이혼을 기다리고,
그의 마지막 결단을 기다리고, 그의 취직을 기다리고,
처음에는 독일에서, 나중에는 스웨덴에서...
아, 그것은 기다림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어......
...사랑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아?
사랑이 무엇인지 아느냐 말야?
니나가 다그치듯 물었다.
그래.
나는 말하면서도 그렇게 거부할 수 없었다.
사랑이란 어떤 사람에게 완벽하게 속해 있다는 감정이야.
그럼 사랑과 정열의 차이는 뭐야?
니나는 물으면서 의심스러운 듯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
정열은 일시적이지만 사랑은 영속적이다. 그러나 니나의 눈을 보자
이 대답이 진부하게 여겨져서, 이렇게만 말했다.
그건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고 생각해.
니나는 천천히 나에게서 얼굴을 돌려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아무도 이 일에 대해서는 몰라.
니나는 편지 위에 손을 얹었다.
여기 이 사람, 시타인은 날 사랑했어.
난 그걸 알고 있어.
그는 십칠 년동안 나를 관찰하고 방해하고 자기 자신도 방해했어.
사랑은 그의 병이었어.
그러나 사랑이 없었다면 그는 시들어 죽었을 거야.
그는 살기 위해서 사랑이 필요했어.
그는 진실로 나를 사랑했어.
그는 굴욕을 견디며, 나의 조소를 받다가 결국 나를 단념했지.
니나가 말을 멈추자 내가 말했다.
그는 아마도 너희들이 서로 맞지 않다고 느꼈을 거야.
그래.
니나가 우울하게 대답했다.
그는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날 사랑했어.
그는 모든 것을 날카롭게 보았었지.
그러나 나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은 끝까지 버리지 못했어.
그리고 일이 거의 다 되었을때면 언제나 포기하고 말았어.
아니, 니나는 내가 무언가 반대하려 한다고 깨닫자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야, 그런 것은 아니었어.
언니 생각은 그가 정복하기만 하면 약탈물에 관심이 없어지는
남자가 아닌가 하는 거지? 천만에. 그는 그저 물러선 거야. 알아?
그래.
나는 주저하며 말했다.
그럼 너는?
니나는 어깨를 으쓱했다가 다시 내렸다.
니나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아, 나는 다시 종이뭉치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니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평생 진실로 사랑해 본 적은 없어. 단 한 번도 진짜가 아니었어.
한 남자 때문에 불행해 본 적도 없어.
난 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 전혀 몰랐어.
그러나 이젠 그걸 알아.......
* * *
<뒷소리>......사랑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아...?
서늘한 니나의 물음에 당혹해 한다.
사랑...
사랑에 대해...
사랑하는 동안, 정작 사랑이라는 걸 하고 있는 동안은
그것이 무언지 알지 못한다.
나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시달리고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실재의 사랑과
이상의 사랑 사이에서 정신없이 방황한다.
사랑하는 동안은
천상의 시인이었다가,
유치한 어린아이였다가,
날개를 빌어 단 사이비 천사였다가,
눈 뜨고 볼 수 없을만큼 지독히 흉한 악마였다가,
다소곳이 고개 숙인 여린 소녀였다가,
더없는 나락에 떨어져 허우적거리는 창녀였다가,
세상의 온갖 오물을 뒤집어 쓴 채 거리를 헤매는 거지였다가,
세속의 기준으로는 가늠조차 안 되는 부자였다가,
하루 하루를 맞는 것이 기적이라 여기며 삶을 견디는 노인이었다가,
생전 처음으로 신기한 것을 보게 되어 좋아라 하는 간난아기였다가...
나 이외에 누군가를 한 순간이라도
진정으로 사랑한 적이 없다...!
가장 두려운 일이지만
나는 아직 그토록 치명적인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
이러고 우물쭈물하다가
죽는 것이 아닌가 싶어 뒷덜미가 자주 서늘해진다.
사랑, 나는 아직 그것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할 수 없다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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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의 소설...... 채 스물이 안 되었던 그때 다시 손에 들면서
내 영혼에 다소나마 습기를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
최소한 타인을 의식 않고 노상에 주저앉아 맛있게, 또는 심상하게,
크로와상을 먹을 수 있는 자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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