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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대상 받은 고등학생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명예욕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매체를 막론하고 신문 인물·동정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훈장´으로 생각하는 사회지도급 인사가 많다.
그들은 불우이웃돕기를 기념사진 한장의 값어치로, 자서전을 출판을 기본사양쯤으로, ○○종친회 회장에서부터 관변단체 회장까지 온갖 ´장´이란 장은 독차지하려고 혈안이다. 이들은 매체의 성격과 소신은 안중에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 속에 한 고등학생이 조선일보 인터뷰를 거부해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1회 전국고교생 논리·논술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대전유성고등학교 3학년 한윤형군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선일보 인터뷰를 거부한 이유는 뭘까.
한군은 고1 겨울방학 때 진중권씨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읽으면서부터 안티조선일보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군은 이후 ´조선일보를 아십니까´ ´인물과 사상´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사이트 ´우리모두´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부터 안티조선일보 운동에 동참했다. 한군은 조선일보에 대해 "언론이 시대가 바뀌면서 냉전시대 유물인 반공주의, 지역차별 조장 등의 논조가 변화하고 있지만 조선일보는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의 성공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한군이 조선일보 주최 논술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조선일보 사고를 본 학교 선생님의 권유도 있지만, 논술대회 자체는 조선일보 색깔과 무관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1일 조선일보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인터넷상에 안티조선일보 운동에 참가하고 있으며, 평소 지식인의 조선일보 기고를 반대해왔기 때문에 인터뷰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어머니를 비롯해 주변분들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는 한군을 설득했지만….
한군을 방문한 조선일보 기자가 ´편향된 독서´를 걱정하면서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튼튼한지 잘 생각해보라´며 충고했지만, 끝내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한씨는 "자신이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평소 ´지식인의 인터뷰 거부를 요구´했던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의 자화상을 부끄럽게 하기도 했다.
한군은 조선일보의 사회적 다양성 존중요구에 대해 "조선일보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먼저 짓밟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조선일보 기자들 중에서 회사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다를 때 자신의 생각을 떳떳이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한윤현군 인터뷰 - "조선일보,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에 방해
김성완 기자(sabi@mediaonul.com)
서면 인터뷰라 약간 쑥스럽기는 하지만 오히려 ´아흐리만´(한윤형 군의 ID)님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받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긴장을 푸시고 편안하게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답변은 구체적이고 짧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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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이라고 하셨는데.... 재학 중인 학교와 인적사항을 말씀해 주십시오.
- 유성고등학교 재학 중입니다. 3학년 2반(문과반)이구요. 83년생이니 1년 일찍 들어간 셈이죠. 저와 부모님과 초등학교 다니는 여동생 네 식구고요. 성격은....^^; 겉보기엔 차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덜렁댄다고 남들이 그러더군요.
▶고등학생인데 안티조선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어요? 아직 학생인데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기 쉽지 않았을 텐데, 저는 학창시절에 조선일보가 최고의 신문인줄 알았거든요.
- 고1 겨울방학 때 선배의 추천으로 진중권씨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읽었어요. 그 때쯤 이미 딴지일보는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때 인터넷을 안 해서 잘 몰랐구요. 출판사 개마고원 책을 몇 개 더 찾아 읽다가 ´조선일보를 아십니까´를 보게 되고, 또 ´인물과 사상´을 보게 되고…. 조선일보 기자님 표현대로라면 ´편향된 독서의 길´로 빠져든 셈이죠. ^^; 어쨌든 그때부터 인물과 사상 홈페이지(http://inmul.co.kr/)을 드나들다가 자연히 안티조선 ´우리모두´ (http://urimodu.com/)에도 참가하게 된 거죠.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조선일보의 문제점이, 사회적인 해악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 조선일보는 전시대 한국언론의 문제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신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상의 다양성이나 인권같은 기본적인 가치조차 잊게 만드는 냉전시대의 반공주의, 지역차별을 조장하는 반호남주의,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행태 등은 사실 과거에는 조선일보가 주도했다고는 할 수 있을망정 거의 모든 언론이 다 가지고 있던 문제지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다른 언론들은 어느 정도 변화한 반면 조선일보는 과거의 행태를 버전만 바꿔 반복하고 있어요. 영향력 있는 신문 하나가 이러고 있으니 다른 언론들도 너무 앞서나갈 수가 없어 어정쩡하게 서 있게 되구요. 그래서 저는 현재대로라면 조선일보의 성공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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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러면 논술대회 문제로 넘어갑시다. 논술대회에 나가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추천하거나 부모님의 권유가 있었나요?(책 많이 읽나봐요. 어떤 분야의 책을 좋아해요)
- 조선일보를 보시는 학교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 논술 대회에 나가면 곧잘 상을 타는 편이라 그걸로 대학에 가보려고 노력하고 있었거든요. 책은 많이 읽는데, 문학은 별로 안봐요. ^^; 인문학 서적 보거나, 소설 볼 때는 SF, 판타지 등 통속소설을 주로 보지요.
▶논술대회 출전 당시 조선일보 주최 논술대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겠죠. 또 서울대와 공동주최라는 사실도. 혹시 이 대회에서 수상하면 특차모집에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도 하셨을 것 같은데.
- 예. 앞서 대답으로 충분히 답이 되었지요? 다 알고 있었고, 흑심(?)을 품고 나갔어요.
▶ 그렇다면 참가거부도 생각했을 텐데... 이 부분은 일부 네티즌들이 수상은 하고 인터뷰만 거부한다는 비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 ´ 서울대 철학사상 연구소´와 ´조선일보´의 공동주최인데…이런 경우 신문사는 보통 홍보역할만 하게 되거든요. 실제 문제출제와 대회 운영심사 등은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에서 다 했구요. 그래서 대회 자체엔 조선일보의 색깔이 개입되어 있진 않아요. 하지만 그건 조선일보가 벌이는 수많은 다른 행사-최근 논란이 되었던 동인문학상을 포함해서-도 마찬가지일 테고. 그래서 참가 당시에도 판단이 잘 서지 않아 ´우리모두´에 글을 올려 물어보았었어요. 거기서 긍정적인 답을 얻어 일단 마음 편하게 먹고 나가보기로 한 거구요.
▶논술대회에 출품한 작품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주실 수 있겠어요.
- 제시문은 ´개방사회와 그 적들´의 일부분이었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문제였는데, 저는 제시문 내용에 자잘한 딴지를 건 다음 ´집단에 대한 개인의 우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빠져버렸지요. 별로 잘 쓴 글은 아니었는데 자기소리를 낸 것에 대해 점수를 많이 주셨다고 하더군요.
▶대회 참가 후의 심정은 어땠는지.... 한 다음에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나요.
- 일단 마음을 정리하고 나갔기 때문에 대상 수상사실 알기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상하나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
▶ 대상 수상사실은 언제 알았어요. 8월 20일 조선일보 사고로 보도되기 전에 이미 수상사실을 아셨을 테지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 8월 19일 토요일에 서울대에서 연락이 왔어요. 부모님은 크게 기뻐하셨고 ´우리모두´에 그 사실을 알렸더니 그쪽 사람들도 축하해 주더라구요. 물론 참가자체가 거북했던 분들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요. 이미 그때 ´인터뷰 요청이 오면 거부해 버려라´는 식의 글이 올라왔는데, 당시엔 정말로 인터뷰가 온다고 생각 안 했기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 안 했지요.
▶ 조선일보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자고 할 당시 상황을 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거부한 다음에 또 연락이 오지는 않았어요?
-v조선일보 사고로 보도되었던 8월 21일 월요일 아침 조선일보 기자가 집에 전화를 걸었대요. 당시 전 집에 없었고, 어머니가 받아보신 다음 승낙하셨지요. 그런 후에 제가 집에 돌아와서 거부의사를 밝혔고, 회사에 계신 아버지를 전화로 설득했지요. 오후 11시50분에 조선일보 기자와 사진기자가 집에 찾아왔고, 제가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한데 조선일보와는 인터뷰를 할 수 없습니다´고 말했죠.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인터넷상의 안티조선일보 운동에 참가하고 있으며 평소 지식인의 조선일보 기고를 반대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구요.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했던 일을 제가 어길 수야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저는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했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떠들었던 말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러지 않는다면 ´네티즌 아흐리만´은 죽어버리고 더 이상 안티조선운동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분은 학생의 ´편향된 독서´를 염려하시고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튼튼한지 잘 생각해보라´고 충고하셨지만 제 의사를 받아들이고 일어나셨습니다. 그후 다시 연락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지요.
▶ 부모님은 인터뷰를 권하셨던 거 같던데. 당시 인터뷰를 거부한 이유와 또 이때 갈등은 없었는지. 노혜경님의 말씀처럼 엄청난 기득권을 포기한 것인데...
- 글쎄, 그것도 기득권인지....^^; 거부한 이유는 앞서 설명드렸구요. 아버지는 안티조선일보에 동의하지는 않으셨지만 제 선택을 묵인하셨습니다. 어머니가 무척 실망하셨어요. 조선일보 기자 앞에서 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죠. ^^; 그래서 사실 8월 21일 당일에는 저도 몹시 기분이 언짢았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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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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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포부는 이제 곧 대학생이 될 텐데.
- 그럼요. 인터뷰까지 하는 마당에. ^^; 현재 수시모집 전형에 원서를 내는데 꼭 붙었으면 하구요. 대학가면 좋아하는 책에 파묻혀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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