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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은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토마스가 육체적 관계를 맺는 이유,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말했던 것과 얼추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나도 동의할 수 있다. 남성은 육체적 관계를 맺을 때 자아를 찾는다는 것 말이다. 단, 정말 그들이 자아를 찾는 행위가 열매를 맺으려면 그만큼의 정신도 있어야 한다. 정신이 없는 육체적 관계는 그 쾌락이 아무리 철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져도 아무런 의미 없는 본능에 지나지 않는다. 본능도 의미 있는 본질이 있어야 한다. 육체적 관계는 그래야만 맺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자아 찾기를 핑계로 내세우면서 모든 육체적 관계를 정당화 시키고, 여성을 지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자아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남성들은 도대체 자아 찾기를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내는 것인지 ! ) 위대한 정신적 가치를 기만하고 있다. 결국 육체적 쾌락을 위해 정신적인 가치니 뭐니를 얼렁 뚱땅 박아 놓지 않는가. 그들은 육체도, 정신도 중요시 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한순간 나타날 듯 그들을 홀렸다가 사라지는 ‘ 쾌락 ’을 중요시할 뿐이다. 그들도 뒤끝이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내가 해야 할 일은, 사춘기에 느끼는 육체적 관계에 대한 신비로움과 호기심에서 탈피하여, 남녀의 본질적인 사랑위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육체관계에 대한 신념을 굳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남성의 자아 찾기를 도와주기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난 사나운 상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결국 여성이 더 육체적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걸까? 남성은 육체적 관계를 맺은 후 아무런 증거가 없다. 자아를 찾는다는 말을 진심으로 할 만큼 많은 남성들이 정신이 뒷받침 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아까 말했듯이 남자들에게 있어 육체적 관계는 쾌락과 우월감의 의미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육체적 관계에 대해서 미치도록 심각할 필요는 없다. 단지 꽤 우쭐하니 기분이 괜찮을 뿐이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생물학적인 증거가 남기 때문에 육체적 관계에 더 신중하고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강간한자의 자아 찾기를 도와주었다고 자랑스러워할 여성이 있겠는가 ! 남자의 관념이 육체건, 정신이건, 쾌락이건 결국 여성은 생물학적 증거에 얽매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정신까지 무질서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들은 정신적인 사랑이 진정한 육체 관계를 맺은 후에 더 성숙된다고까지 생각하지 않는가.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육체적인 순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생물학적인 증거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와 남성 때문에 , 또는 그로 인한 자기 자신의 굳어져버린 사고방식 때문에. 그러자 남성들은 이런 여성들을 갖기 위해 어떤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지 헷갈리게 하는 발언을 마구 해댄다. 순결을 강조하는 자들이 자아 찾기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관계를 행하지 않는가. 그들의 행동을 뒤돌아보라. 순결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육체적 순결을 잃은 여인은 바로 당신과 관계를 맺은 사람이었단 것을 ! 모두들 순결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이것은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순결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하고, 남성들은 자아를 찾고 싶다면 깊은 정신을 가져야 한다. 결국 남자는 쾌락을 중요시하고, 여자는 육체를 중요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래도 우리는 우선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교감해야 한다. 그럼 따질 건 없을 것이다. 육체적 관계도 후회 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 테니까. 사실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
우습지만 내가 육체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이러쿵저러쿵 논할 수 있는 것도 누군가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이런 것을 생각하게 했을 테다.
주인공 토마스가 정의와 자유에 대해서 그토록 투철할 수 있었던 것은 육체와 영혼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었기 때문이라 믿는다. 멋진 남자였다.
하지만 난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처지가 못 된다. 그러나 분명하게 느끼는 것은 육체와 영혼에 대한 사색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신중히 귀 기울여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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