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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의 사색
지은이 : 김규련
펴낸곳 : 도서출판 그루
분 야 : 문학(비소설-수필)
판 형 : 신국판
쪽 수 : 224페이지
가 격 : 8,000원
I S B N : 89-8069-093-2
김규련은 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40여년 동안 수필 창작에 매진해 온 원로 수필가다. 그의 작품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수필문학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적 깊이나 문단 활동의 비중으로 보아 그는 한국 수필계를 대표하는 현역 수필가 중의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의 수필은 삶의 다양한 의미를 발견하고 사색한다. 그 문장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언어의 선명함을 드러내고 삶을 어루만지는 말의 진한 향기를 발산한다.
그의 수필은 많은 부분에서 자연의 신비로운 운행과 원초적인 생명력을 포착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자연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찬양하고 인간의 나약함과 때묻은 욕심을 나무라는 교훈적인 구도를 취하지 않는다. 자연의 순수한 숨결을 통해 인간 삶의 의미를 짚어낸다.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관심은 바로 인간 삶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이어진다. 거기에서 우리는 김규련 수필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고 삶의 무던한 방법을 알게 된다.
김규련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 그것을 거울삼아 자신의 삶과 생각을 가다듬는다.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고 꾸미지 않음으로써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그의 사상과 세계관은 동양적이고, 불교적인 세계에 닿아 있다. 이 점은 문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의 수필 문장은 물 흐르는 대로 가고 있지만 언제나 정제된 짜임새을 드러낸다. 많은 개념을 동원하지 않고도 사물의 모습과 마음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한다.
대표작품선으로 꾸며진 이번 수필집에서 그의 원숙한 수필 언어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 신재기(수필가)
가장 힘들게 씌어지면서도 가장 쉽게 읽혀지는 글이 수필이라고 생각한다. 붓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쓴 글이 수필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수필을 많이 써 본 분이라면 이런 안이한 수필 작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김규련의 「거룩한 본능」은 대단히 쉽게 읽혀지는 글의 하나다. 그러나 매우 힘들게 씌어진 글로 보인다. 여기서 '힘들게'란 말은 수필가의 수필하는 태도의 진지함을 의미하며, 적어도 '붓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와 같은 안이한 태도는 경계한다는 뜻이다.
……
수필은 치밀하게 구성되는 글이라는 사실, 그 소재는 특수한 의미를 드러내고 주제는 함축적이어야 한다는 사실, 수필을 쓰려는 분들이 이런 사실을 조금이라도 실감하게 되었다면, 「거룩한 본능」을 검토한 필자의 작업은 그것만으로도 분외의 영광을 입었다고 하겠다.
― 정진권「수필, 그리고 사랑과 삶에 대하여」중에서
선(禪)과 정한(情恨)의 모자이크
하이데거는 말하기를, 우리는 신(神)의 언어의 집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신의 언어의 집, 그것은 여과된 언어요 순화된 언어이다. 이러한 언어는 잘 익은 술처럼 순수하게 걸러진 언어이다. 이러한 언어의 발성은 작위적으로 꾸며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음에 고인 언어를 자연스럽게 떠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 이전의 인격이 요구되고, 문학 이전의 인간됨이 전제된다.
수필가 김규련 님은 가슴으로 얘기하는 문사(文士)이다. 가슴으로 얘길 한다는 것은 심정적 감성에 호소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고여 있는 심성을 떠내 준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그의 발성은 머리로 전하는 발성이 아니라, 가슴으로 전해 주는 뜨거운 발성이다. 그는 선적(禪的) 달관(達觀)의 경지에서 인생과 우주에 관해 얘기를 깊이 해 간다. 그의 얘기에 양질의 영양이 자를 흐르는 것은, 선적인 내용과 관조에서 오는 프리즘의 굴절에서 연유된다.
그는 여백의 공간미를 즐기는 동양적 선풍(禪風)을 지닌 까닭에, 채우려고 덤비는 일이 없다. 그러면서도 할 얘기는 다하고, 차지할 것은 다 차지한다. 그는 맑은 상(想)이 고이기 전에 떠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의 언어는 언제나 제 맛을 잃는 법이 없다. 언제나 좋은 작품을 쓰려는 자세로 집필에 임하는 그는 마치 시를 낭송하듯 낮은 음으로 작품을 엮어 나간다.
― 황송문(시인)
지은이 소개
소목(素木) 김규련(金奎鍊)
교육계에 45년 간 근무하면서 한국 교육자 대상과 SBS 교육자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경북교원연수원장을 역임했다. 1968년 『수필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수필문학상, 신곡문학대상, 국제펜클럽 아카데미문학상을 수상했다. 수필집 『강마을』, 『종교보다 거룩하고 예술보다 아름다운』, 『거룩한 본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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