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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그림'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꽤나 교양 있고, 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전문가들이나 즐겨 보는 따분하고도 어려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 여서 미술 전시회장에나, 고급 식당에서 우연히 전시되어 있는 그림들을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울리고, 도대체 이 그림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심하게 갈등하다가 곧 따분해져버리기 일 수 였다.
하지만 언제부터 이였을까? 그림들이 쉽게 감상이 되고 또 내가 사랑하는 예술 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어버린 것은... ... 그것은 아마도 그림에 대한 무지만이 가득 했던 내가 우연히 선물 받은 책, 한젬마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를 읽고 나서 이였을 것이다.
우리 나라 그림부터 서양의 화가들의 여러 가지 작품을 실어 놓았고, 그 그림에 대한 해설을 전문적인 지식이 조금 담긴 글이나 자신의 느낌을 정성껏 적어 놓은 이 책은 그림 물감의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빳빳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연인들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 뭔가 희망적인 것을 품어 주게 하는 그림,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미술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림까지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그림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난 그 중에서도 제일 첫 번째로 소개되었던, 장 미쉘 바스키야의 '이태리어로'와 한젬마 자신의 사랑이야기가 곁들어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그림에서 가장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느낌을 받았었다.
바스키야는 28세의 나이에 마약중독으로 생을 마감한 천재 낙서화가라고 한젬마는 소개했다. 정신 없이 펼쳐진 그의 낙서 그림을 보면서 처음에 난 이런 게 무슨 그림이냐고 못 마땅한 실소를 머금었었지만, 보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길이 가게 했던 그 낙서그림과 자유를 주는 느낌을 받았다는 한젬마의 글들로 인해 나는 인터넷에서 바스키야의 다른 그림을 찾을 정도로 바스키야의 팬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지럽게 된 채색과 어린 꼬마의 서투른 낙서같이 보이는 바스키야의 그림은 곧 내 머릿속을 커다란 자유와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 주었다.
또 다른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그림은 한젬마가 결혼 신청을 받게 된 이야기를 함께 수록해 놓은 것처럼 사랑이 가득한 그림이다. 색깔이 비슷한 황금색 옷을 입은 두 남녀. 몸집이 큰 남자는 한껏 숙인 체 무릎을 꿇고 수줍은 듯 눈을 감고 있는 여자의 얼굴에 살며시 키스를 하는 이 그림은 너무나 예뻤고, 수줍게 다가오는 소년 소녀와 같은 느낌에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느껴지게 하는 그림 이였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것에 맞는 이야기를 써낸 글도 사랑이 느껴지는 흥미로운 글 이여서 더욱 즐겁게 감상 할 수 있었다.
이 책 한 권에서 얻을 수 있었던 건 여러 가지 그림들을 익히는 것이 아니 였다. 작가는 책에 실린 그림들에 대해 딱딱한 어투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자신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난 일들과 느낌들로 설명해 줌으로써, 우리에게 그림 감상이란 자신이 보고 느낀 대로, 설사 그림을 그린 화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이라도 그대로 느끼며 자신의 생활과 연결 지어 생각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감상태도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독자가 크게 교감하면서 그림을 감상하기를 바랬던 한젬마의 노력은 매우 큰 것 같았다. 자신의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은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함께 느낄 수 있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해아 한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한 해설을 참신하고 정확하게 느낌 전달을 하여 읽는 이에게 그림을 보고 있다는 것보다는 그림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글은 한 자 한 자 읽으면서 천천히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반면, 그림은 한 눈에 보여줌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는 이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 함으로써 그림을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강렬한 느낌들을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천천히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좀 더 다른 느낌도 얻을 수 았게 도와준다.
오늘, 나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투박한 나무 액자에 끼워져 있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 바스키야의 낙서 그림과 반면에 예쁘게 장식된 멋진 액자 안에 수줍게 끼워져 있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 클림트의 그림을 읽고 보고 느끼고 싶다. 한젬마의 솔직한 고백의 감상글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그 책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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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후감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면서 이게 과연 독후감인지, 아니면 그림감상인지 헷갈려 버렸습니다.
글을 쓰면서 한 없이 부끄러워지는 나 자신은 고치고 또 고쳐야 할 부분이지요.
부끄럽지 않은 제 모습을 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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