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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북스
천징 짓고 김대환 신창호 옮김
서점에서 이 책을 들었을때, 흥미를 느꼈다. 진시황제, 아니 진왕 정은 책 속의 표현대로 위대한 일을 했으면서 실상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이곳저곳에서 단편적으로 읽은 바에 의하면, 연나라에서 온 장사에 의해서 암살당할 뻔도 한 사람이고 만리장성을 축조하게 하여 만백성의 원성을 산 사람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했던,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본다"라는 것이 딱 맞다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진왕 정에 대해서는 폭군이자 성격이 포악한 사람으로 묘사가 되었었다. 아마도 그것은 독재에 대해서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특정한 의도와 관점이 들어간 해석일 것이다.
실상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그런 안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 밑에서 도대체 어떻게 일을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또한 통일을 한 후 진시황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통일을 하기 전의 진왕 정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이 책은 중국 내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받아서 만든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진(秦)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고 진왕 정이 그토록 위대한 군주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중국의 영어명은 "china"며, 이 단어의 유래는 "진(秦)"이다. 그만큼 진은 중국의 위상을 알려주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은 단번에 뭘 하자고 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전 세대부터 꾸준히 다져온 역량이 시기가 되어 분출되었을때 발생한다. 진(秦)의 중국 통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나라가 갑작스레 역사에 등장하여 갑작스레 통일을 이룬 것이 아니다. 서주시대가 무너지고 동주시대가 되었을때 진이 등장하여 전국시대를 마감하는 주인공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주인공 중에서도 나라를 이끄는 왕은 자질과 능력 면에서 범인과 다르다. 진왕 정은 그런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이었기에 진의 중국 통일이 가능했다.
이 책은 진왕 정이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진왕 정이 어린 시절에 겪어야 했던 어려움이 어느 시대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설명한다. 진(秦)의 건국에서 강대국이 되기까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인물들이 거쳐갔는지도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일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을때 진왕 정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었고 어떻게 통일시대를 생각했는지를 설명한다. 더불어 진의 통일이 갖는 의미와 진왕이 이룩한 업적의 역사적, 실질적 의미를 설명한다.
진왕 정이 진정으로 위대한 폭군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다른 어느 군주보다 달랐기 때문이다. 흡사 당태종이었다고 한들 진왕 정에 비할 수가 있을까. 작은 나라의 군주로 시작하여 난세를 평정할 수 있었던 영웅은 진왕 정이었고 그래서 그는 강한 지도력과 추진력으로 폭군의 칭호를 얻으면서까지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역사에 관련된 기록물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생각해야 할 것은 한 인물의 결단과 행동을 볼때 그것들이 그 시대에 어떤 의미였고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왜 해야 했는지를 깊이 상상해 봐야 하는 것이다. 왜 분서갱유를 일으켜야 했는지, 왜 끊임없이 토목공사를 일으켜야 했는지, 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했는지를 그 시대의 영웅 입장에서, 혹은 민중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봐야 한다.
물론 이 책은 진왕 정의 입장에서 설명이 많이 되어 있지만, 20세기 중국의 사회주의 영향을 받아 나름대로 민중의 역할론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체로 "대세론"의 입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다시한번 "주"와 같은 통일왕조를 바라는 중국민의 염원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래서 마지막에는 "중화"라는 개념을 턱하니 던져 준다.
새삼스레 중화라는 개념에 감동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건 자기 감정대로 움직이고 사람 목숨을 함부로 하고 자기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살았다고 내 머리속에 기억되어 있는 진시황제, 진왕 정의 이미지가 이 책으로 인해서 다시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왕의 이미지는 위에서 군림하고 지시하고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지만, 진왕 정은 강한 추진력을 가진 지도자로서 일일이 하나하나 챙기는 훌륭한 지도자상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그 왕조가 단 2대로 끝이 났지만, 시사하고 있는 점은 상당하다.
진왕 정의 "진(秦)"이 몰락하는 과정은 비단 이천여 년 전의 모습이 아니다. 현재에도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성장하였지만 결국 몰락해 가는 기업들이 있다. 그렇게 본다면 진의 모습에서 현재 기업, 더 나아가 정치인, 그리고 국가의 모습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오래간만에 좋은 책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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