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불행

구름바다 

삼년동안 시를 쓰기 위하여 유랑하였다
우리 시대의 정신을 시인의 가락에 담기위하여
부패한 여러 도시와 협소한 서재에 틀어박혀
괴테나 밀튼 같은 여러 봉우리에서 나는 휴식조차 잊었다
준엄한 산머리마다 겨울은 내려와 쌓이고
자칫 유랑하는 자는 불과 시의 자질에 곤혹을 느껴
거칠고 푸석한 돌만 손에 쥐었을 뿐
도대체 시인의 내부에서 회오리치는 운은 무엇인가
슬프다 만상을 휘어잡았다고 생각하여도 손에는
공허하고 터분한 구름 같은 밍밍한 가락만 남아
나른한 수면과 몽상만 유일한 힘이 되는구나
일찍이 내 꿈은 만상을 속속들이 시인의 손을 빌어
저토록 유현한 우주와 자아에의 현상을 파헤쳐
그 정수를 종합하거나 오직 풀무불로 연단된 언어만을
지고한 우리들 정신에 부어넣으려 하였으나
우울한 재능 한탄하는 눈물 노심초사한 일 모두다
지난날 내가 sjj 위에 쏟았던 온갖 것들을
여기에 쏟았으나 보라 저토록 음산한 회오리바람은
너 이이지안해의 폭풍처럼 밀려오고
폭풍 속에 드러난 시인은 이미 죽어있구나
죽은 언어로 낱말로만 남아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