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낙 엽 

17번지 사글세방은 빈 지 오래다
방 안 가득 어두운 냉기는
이 곳을 살다 간 사람의 흔적이 아니건만
창가에 거미줄은 만선의 꿈에 젖어 있다.

한 때 계집아이 울음소리 넘치고
아버지 술 주정 그칠 날이 없었건만
고단한 삶에 퇴로가 없었던지
뿔뿔이 흩어지고,

누런 벽지와 장판만이
빛 바랜 지폐처럼
침묵을 보증하고 있다.

이제 누구를 위한 사글세인가.

나는 비오는 날이면
17번지를 찾아가
방 안 가득 넘치는 고요를
아궁이에 태우곤 한다.